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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대출로 수십억을 버는 역설: BNPL이 신용카드를 죽이는 방법

41달러짜리 부리또 하나를 10달러씩 4번에 나눠 사는 세상이 왔다. 이자도 없고, 신용카드보다 빠르고, 은행보다 쉽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대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 걸까?

Afterpay 공동창립자 Nick Molnar는 “신용카드 산업이 VHS 테이프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허풍처럼 들릴 수 있지만, 숫자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지금 구매 나중 결제(BNPL)’ 거래량이 20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료처럼 보이는 이 대출 상품이 어떻게 거대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지, 그 답은 ‘누가 돈을 내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 보석상의 고민에서 시작된 140조 시장

2014년 호주 시드니의 어느 보석 가게 앞. Nick Molnar는 매일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고객들이 진열대 앞에서 가격표를 보고, 지갑 속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이 단순한 질문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는 간단한 실험을 해봤다. 200달러 목걸이를 50달러씩 4번에 나눠 내는 옵션을 만든 것이다. 이자는 없고, 신용카드 심사도 필요 없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Molnar의 표현을 빌리면 “매우 빠르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것이 Afterpay의 탄생이다.

2025년 현재 미국 BNPL 시장은 Affirm, Klarna, Afterpay 3사가 지배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기본 모델이 놀랍도록 동일하다는 점이다. 고객이 결제할 때 BNPL을 선택하면 업체가 즉시 심사를 진행하고, 승인되면 다음 날 판매자에게 전액을 지급한다. 고객은 6주 동안 4회에 걸쳐 균등하게 갚으면 되는데, 무이자다.

그렇다면 돈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고객이 아니라 판매자가 낸다. 거래 금액의 약 5%를 BNPL 업체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구조다. Afterpay CEO는 이 점을 명확히 했다. “우리 수입의 90% 이상은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으로부터 발생합니다.”

## 부리또도, 재킷도, 식료품도 분할하는 세상

처음에는 100~200달러짜리 의류나 전자제품이 주 타깃이었다. 어느 정도 고민이 필요한 가격대, 충동구매와 계획구매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물건들 말이다. 그런데 범위가 무섭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2024년 LendingTree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BNPL 사용자의 25%가 식료품 구매에 사용했는데, 이건 1년 전 14%에서 거의 두 배가 된 수치다. 식료품을 할부로 사는 세상이 온 것이다.

가맹점이 다양해진 게 주요 원인이다. Walmart는 2025년 3월 Klarna와 독점 계약을 맺었고, DoorDash에서는 41달러짜리 저녁 식사를 10달러씩 나눠 낼 수 있게 되었다. 매장에서 500달러 재킷을 사려면 실물 카드를 긁으면 간단하게 끝난다.

한편 Affirm은 더 나아갔다. 사실 4회 분할 무이자는 전체 매출의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이자가 붙는 장기 대출이다. 고액 상품을 겨냥한 월 납입 옵션도 있는데,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심지어 몇 년에 걸쳐 갚는 구조다.

이쯤 되면 신용카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Affirm은 “신용카드를 내려놓고 Affirm을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이자를 부과하고, 장기 대출을 제공하고, 신용 보고를 받아들이면서 신용카드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 무료의 함정: 누가 위험을 떠안는가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경고는 날카롭다. “지금 구매, 나중 결제는 상품을 실제보다 훨씬 더 저렴해 보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2025년 1월 발표된 연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BNPL 대출의 3분의 2 이상이 신용 점수가 낮은 차용자에게 갔다.

BNPL 업체들은 당연히 반박한다. Afterpay는 “실제로 중간 및 고소득층에서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라고 주장하며, “모든 거래를 심사하고 정직한 평가를 합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LendingTree에 따르면 BNPL 사용자의 41%가 지난해 연체를 경험했다. 1년 전 34%에서 증가한 수치다. Klarna의 소비자 신용 손실도 2024년 대비 17% 증가했다. 회사는 “더 많은 대출을 발행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본질은 명확하다. 빠른 성장은 위험을 키운다.

업계 전문가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소비자 신용을 볼 때마다, 다음 고객은 항상 장부에 있는 고객들보다 조금 더 위험할 것입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더 넓은 고객층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러면 채무불이행 확률이 올라간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Afterpay는 독특한 방어 시스템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누군가가 한 번의 할부 결제에 늦는 순간 그들의 계정을 비활성화합니다. 주문 금액은 더 작습니다. 수천 달러의 신용 한도를 장기간에 걸쳐 발급하지 않습니다.” 소액, 단기, 즉시 차단이 Afterpay의 전략이다.

반면 Affirm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고액, 장기, 이자 부과로 가고 있다. 같은 BNPL이지만 본질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Afterpay는 신용카드의 대체재를 지향하고, Affirm은 신용카드가 되려 한다.

## 규제의 칼날: 신용카드처럼 취급될 것인가

2024년 CFPB가 폭탄선언을 했다. BNPL 업체들을 신용카드 규제 대상으로 하는 해석 규칙을 발표한 것이다. 무이자 단기 할부든, 가맹점 수수료 중심 모델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이었다. 대출이면 신용카드와 같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2025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상황이 바뀌었다. DOGE(정부효율부)가 CFPB를 약화시켰고, 기관은 해당 규칙 시행을 우선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규제의 칼날이 무뎌진 것이다.

그런데 업계 내부에서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25년 6월, 신용평가 기관 FICO가 선언했다. “BNPL 대출을 신용 보고서에 추가하겠다.” Affirm은 이미 고객 데이터를 신용정보기관 TransUnion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제때 갚으면 신용 점수가 오르고, 연체하면 떨어진다. 신용카드와 똑같은 게임이 된 것이다.

반면 Klarna와 Afterpay는 망설이고 있다. “고객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고객 데이터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Afterpay를 소유한 Block은 더 나아가 주장한다. “신용 보고와 점수 산정이 여전히 레거시 프레임워크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 BNPL과 신용카드를 위한 별도의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이건 단순한 실무 결정이 아니다. 신용카드가 되지 않으려는 전략적 저항이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Affirm은 이미 이자를 부과하고, 장기 대출을 제공하고, 신용 보고를 받아들였다.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신용카드처럼 행동하거나, 아예 신용카드가 되거나.

## VHS는 죽었지만, 비디오는 살아있다

Afterpay의 “신용카드 산업이 VHS 테이프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선언을 다시 생각해보자. VHS는 분명 죽었다. 하지만 비디오는 죽지 않았다. Netflix가 됐고, YouTube가 됐고, TikTok이 됐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신용카드가 VHS라면, BNPL은 무엇일까? 초기 Netflix였을까, 아니면 그냥 다른 형태의 비디오 대여점이었을까?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거래량 20배 증가는 분명 혁신의 증거다. 가맹점 수수료 모델은 독창적이고, 무이자 4회 분할은 심리적 장벽을 확실히 낮췄다. 그런데 식료품을 할부로 사는 세상은 어떤가? 연체율 41%는? 신용 점수 낮은 차용자가 3분의 2인 구조는? 이 모든 것이 과연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Affirm은 이미 답을 냈다. 매출의 80%가 이자 붙는 대출이다. 이건 신용카드다. 이름만 다를 뿐이다. Klarna도, Afterpay도 결국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수익 구조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 5%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Visa나 Mastercard는 보통 2~3% 수준이니까. 판매자들이 언제까지 이 차이를 감수할까? 경쟁이 심화되면 수수료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BNPL 업체들은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고객에게 이자를 부과하거나, 연체료를 올리거나, 데이터를 팔거나.

결국 신용카드가 되는 것이다. VHS가 DVD가 되고, DVD가 블루레이가 된 것처럼. 형태만 바뀔 뿐 본질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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